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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2026.07.05 · 4 min read

AI가 못 만드는 것, 그래서 내가 만들고 있는 것

클라이밍을 좋아하는 엔지니어가 마주한 변수들, 그리고 지금 가능한 개인 AX
클라이밍을 좋아하는 엔지니어가 마주한 변수들, 그리고 지금 가능한 개인 AX

요즘 어딜 가나 AX(AI Transformation) 얘기다. 기업들 사이에선 단순한 유행을 넘어, AI 시대 흐름에 합류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공포에 가까운 분위기까지 감돈다. 나도 매일 그 공기를 마시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한편으로는 지식노동자로서 내가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도 조금 있었다. AI를 경험하면서, 또 사장이라고 해서 그 공포의 근원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기회라고 느끼게 되었고, 동시에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다.

AI가 아직 못 넘는 벽

한동안 나는 클라이밍 게임 혹은 시뮬레이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완벽을 바란 것도 아니다. 한 85%, 그러니까 "부족한 게 체감은 되지만, 그래도 꽤 그럴듯하다"는 소리는 들을 정도만 현실에 가까웠으면 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인체 모델링에서 막혔다. 그것도 살짝 막힌 게 아니라, 아예 안 되겠다 싶은 벽이었다.

변수가 너무 많았다. 신장과 힘, 체중, 초크 상태, 신발 마모도, 신체 피로도, 손가락 길이와 두께, 유연성 등...

이런 생체물리학적 변수들이 몸 전체에서 서로 얽힌다. 홀드 하나를 잡는 동작조차 사람마다 적용되는 물리가 다른 셈인데, 이걸 85%는커녕 흉내라도 내려면 대체 뭘 얼마나 모델링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다. 그래서 접었다.

그래도 AX는 한동안 대세이지 않을까

어렵다는 건 "특정 분야가 아직 어렵다"는 얘기지, AX 흐름 자체가 꺾인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라고 보인다. 오죽하면 Anthropic이 10만 달러(약 1억 3천만 원) 상당의 API 크레딧을 상금으로 건 생명과학(Life Sciences) 해커톤까지 열겠는가. 내가 손도 못 대고 접은 인체·생체 영역마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AI에게 줄 학습자료를 만들려는 것은 아닐까 싶다.

정리하면 이렇다.

구분AI가 아직 버거운 것지금 개인이 되는 것
예시손끝 마모까지 반영한 클라이밍 시뮬레이터내 글과 취향을 아는 블로그 어시스턴트
막히는 지점생체물리 변수가 너무 많다딱히 없다, 오늘 붙이면 오늘 돈다
그래서언젠가의 숙제로 남긴다가능한 범위에서, 지금 한다

개인도, 가능한 범위에서 AX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생각이 자연스럽게 개인 단위로 넘어갔다. 분야가 뭐가 됐든 한동안 AX가 키워드로 남을 거라면, 기업만이 아니라 개개인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AX를 해내야 하는 것 아닐까.

나는 예전부터 어떤 분야에서든 선도주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다. velog를 만든 velopert(김민준) 님이 어린 나이에 한국 React 생태계의 선도자로 자리 잡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 분야가 나한텐 smart glass 같은 웨어러블 소프트웨어일 거라고 막연히 짐작했는데, 정작 먼저 손대게 된 건 "개인을 위한 AX"였다.

그래서, 챗봇부터 만들고 있다

거창한 선언은 아니다. 우선 이 블로그에 내 AI 어시스턴트를 붙이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 챗봇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곧바로 배포할 생각이다.

솔직하게 밝히면, 지금 이 순간 '/'를 눌러 튀어나오는 녀석은 아직 정해진 답만 되돌려주는 데모에 가깝다. 진짜배기 — 브라우저 안에서 도는 작은 LLM으로 갈아 끼우는 작업을 하고 있고, 이 글이 공개되는 시점엔 어디까지 와 있을지 나도 아직 장담은 못 한다. 그래도 궁금한 분들은 '/' 키를 한번 눌러봐 주시길. 지금의 어설픔은 곧 업데이트로 덮일 테니까. ㅎㅎ

지금의 '/' 데모 어시스턴트 — 정해진 답을 돌려주는 초기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다 (dark mode)
지금의 '/' 데모 어시스턴트 — 정해진 답을 돌려주는 초기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다 (dark mode)

그래서 하고 싶은 말

AI가 모든 걸 다 해주진 않는다. 손끝 마모와 초크, 심장과 호흡으로 인한 미세한 떨림까지 계산해낼 수 있는 클라이밍 시뮬레이터는 여전히 먼 이야기고, 어떤 벽은 인정하고 돌아설 줄도 알아야 한다(만약 정면돌파할 생각이었다면, 난 이미 apple 칩을 뛰어넘는 CPU/GPU 통합 메모리의 칩을 cuda 생태계에 온전히 녹아들 수 있는 형태로 개발하고 있을 거다). 다만 그게 "그러니 좀 더 기다려 보자"는 핑계가 되어선 안 되겠더라. 못 넘는 벽은 못 넘는 대로 두고, 지금 내 손에서 되는 AX부터 시작한다. 그 첫 삽이 이 블로그의 챗봇이다. 이 글이 공개될 때쯤엔, 옆에 그 녀석이 이미 함께 있을 것이다. 😊

UTF-8  ·  LF ·  정화된 밤 (Verklärte Nacht) Op.4